[책 읽기]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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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Pocket Memo 2024. 5. 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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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부모님께서 사주신 책 중에

안데르센 동화집과 이솝 우화집이 있었다.

두 책은 너무 재미나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우리나라 전래동화집도 재미있었지만

두 책은 알지 못하는 외국이 배경이라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안데르센이란 작가는

인어공주의 기억이 강렬해서인지는 몰라도

뭔가 머리칼도 곱슬곱슬하고

얼굴도 눈동자도 동글동글한

유순하게 생긴 낭만적인 아저씨 같은 사람일거라고

상상하곤 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알게 된 안데르센은

그렇게 편안한 성정의 사람이 아니었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었고,

자신이 남자이면서도 남자를 사랑하기도 했고,

애정결핍이기도 했던 유약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동화를 쓰다니.

왠지 모를 궁금증이 커졌다.

그러다가 바로 이 책을 발견했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뭔가 고급져 보이는 책.

그런데 '잔혹동화'라니 ...

내가 어릴 적 읽었던 그의 이야기들은

'잔혹'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데 ...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프롤로그'에서

그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사랑 앞에선 늘 아이였지만,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 서 있었던 안데르센'

 

안데르센의 동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담겨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사랑 앞에서 한 없이 서툴렀다고 한다.

그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사랑했지만 평생 누군가의

연인이 되거나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현실에서의 슬픔이 동화로 승화되었던 걸까.

예술가들에게는 남모를 슬픔들이 있고,

그것이 작품으로 승화된다는 말이 있던데

안데르센이 그런 케이스였나보다.

그리고 이 책은 어린 시절 내가 보지 못했던 그의 슬픔을

좀더 세심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는 총 16편의 안데르센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인어공주처럼 친근한 작품도 있고,

처음 들어본 이야기들도 있다.

 

매 챕터의 구성은 동화 내용, 그리고 원문 표현과 영어로 된  원문.

그리고 작품 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한

설명들이 담겨 있다.

 

첫 작품은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로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안데르센이 초창기에 썼던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형편없다는 평도 많이 받았다는데, 현재는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가 죽어서야 유명해졌다고 하니 마음 한켠이 아렸다.

 

이 이야기 속의 작은 클로스는 현명하고, 나쁘게 말하면 약았다.

큰 클로스는 아둔하고 작은 클로스의 행동만 좇다가 망한다.

뒤로 갈수록 큰 클로스가 안 됐고 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건의 시작으로 돌아가보면 이 비틀린 관계의 시작은

큰 클로스였다.

 

이 동화에서 비판하는 불공평한 현실은 당시 덴마크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 불황으로 많은 이들이

굶어죽어갈 때 권력자와 부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일삼는다. 안데르센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노력과 인내의 가치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한다.

변해가는 작은 클로스와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큰 클로서의 

모습이 그런 것이었구나. 설명을 읽으니 더 잘 이해가 되었다.

 

어릴 적 푸근한 동화작가 이미지였던 그가

심적 고통을 참아내며 표현하고자 했던 현실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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