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몇 권 빌렸다.
그 중 하나가 '지옥'이라는 책이다.
지은이 이름이나 책 제목으로 봐서
프랑스 작가인듯하고,
'지옥'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과 다르게 표지 분위기가 밝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옥'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어떻게 표현했을지도 궁금했다.
지옥은 나름 성실히 인생을 살아온 한 경제학 교수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죽은 그는 예상과 다르게 '공항'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 가면 모든 물건을 공짜로
어느 여행지든 공짜로
돈 드는 것은 무엇인든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그는 '천국'에 온 것 같다.
모두가 친절하고
모두가 다양한 서비스들을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그런데 이 곳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으니
끊임없이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등급(?)이 떨어진다는 것.
옷과 구두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은 빨리 낡아갔다.
낡으면 빨리 상점에 가서 새로 사 입고, 신고,
다시 비행기표를 끊어야 했다.
잠시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등급은 더 내려갔고,
모든 게 느려지고 힘들어졌다.
서비스 받는 줄도
비행기 티켓을 사는 줄도
비행기에 오르는 줄도
점점 길고 지리해졌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그는 준비하고
기다리는데 시간을 쓰게 되었다.
어느 순간 그는 깨닫게 된다.
이 곳에서의 여행의 편의성은
등급에 따라 달라지고
등급이 낮은 자들은
미래를 깡그리 빼앗기면서도
쉼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영원히 쉴 수 없음을 ...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평안하고 자유로운 노후를 위해
달려가는 우리들.
빨리 움직여 미래를 준비한 사람들은
파이어 혹은 경제적 독립을 외치며
유투부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와 업무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오늘도 출근을 하거나 돈을 버는 현실.
그는 '지옥'인지 몰랐던 장소의 룰에 반발하며
게으르게도 움직여보고, 반항도 해보지만
결국 시스템에 순응하게 된다.
줄의 맨 끝에서 ...
알고보니 그 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었음이
독자인 나도 느껴졌다.
이렇게 평범해보이는 책 내용으로
이렇게 소름이 끼치다니 ...
작가의 천재적인 창의력에 경의를 표하며
게으른 경제교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