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완독하기가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모처럼 완독을 한 책이
최인호 작가님의 '나의 딸의 딸'이다.
제목대로라면 손녀를 의미하는 것일테고,
아니면 뭔가 은유인가 싶었지만
결과는 내가 한 첫 번째 추측이 맞았다.
책은 사랑을 한 두 남녀가 결혼을 하고
첫 딸을 가진 것부터 시작된다.
일기보다는 조금 분량이 많은 에세이 정도쯤이다.
첫 아기, 첫 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곧이어 둘째인 아들도 태어나지만 첫 정이 무섭다고 했던가.
딸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지극정성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첫 번째 손주로 태어났다.
첫 아기인 나는 할머니, 삼촌, 고모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엄마는 나를 맏딸이자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조금 크고나서는 엄마의 개인적인 속마음도 살짝 나눠주셨다.
지금 내 곁에 없는 엄마의 존재가 더 크고 슬픈 이유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말씀이
'나는 너를 참 예뻐했다'였다.
힘 없는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만지시면서 건네던 말씀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와 할머니가
그 모습이, 대화가, 일상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갔고,
눈앞이 뿌얘졌다가 맑아졌다가를 반복했다.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딸은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신랑을 따라 해외에 나가 살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딸의 옆에는 손녀가 있었다.
이때부터 작가는 내리사랑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랑의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에 대해
따뜻한 문장들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
내가 맞이했던 이별처럼
딸과 딸의 딸과 이별을 맞이하는데,
이 책이 작가님의 유고집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세상에는 참 많고 많은 사랑들이 있지만
어른들께 무한정으로 받는 사랑 만큼
그 깊이와 폭이 가늠이 안 되는 사랑이 또 있을까 싶다.
책의 중간중간에
작가님의 따님이 그린 그림도 실려 있고,
마지막 장에는
손녀에게 건네셨던 자필 편지와 쪽지가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보내 손녀의 애틋한 편지가 실려 있다.
그리고 나도 다시금 눈물을 뚝
흘리고 말았다.
엄마와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두 분의 부재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무한정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줄어서 더 그렇다.
아버지께 잘 해야지.
동생들에게 내리사랑을 주어야지.
다시금 다짐해본다.
사랑합니다.
주신 사랑에 턱 없이 부족하더라도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