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다.
심지어 영화로도 봤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가
바로 그 책의 작가와 동일인이었다.
그 책에서도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남자가
자살을 꿈꾸다 이웃과 교류하는 내용인데,
이 책 역시 죽음을 다룬다.
이 책의 작가는
'죽음'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책 표지 디자인이 나름 감각적이라
주인공이 어떤 승부수를 띄우는 내용이 아닐까 했으나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명성과 부를 쌓은 그.
그러나 큰 병에 걸려 입원 중이다.
아내와 아들이 있지만
그들은 일찌감치 그를 떠났고,
그는 그의 아들이 그립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얼마 안 되는
행복한 추억의 시간들이 있다.
병원 복도 후미진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그는
생이 얼마 안 남은
어린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가구를 빨갛게 칠하고
인형과 이야기하는데,
그가 가구를 크레파스로 칠하지 말라고 하자
'암이 있으면 가구에 낙서해도 돼요!'라고 말한다.
이유인즉 '아무도 뭐라고 안 하기 때문'이란다.
이유가 웃프다.
심각한데 웃음이 빵 터진 그는
소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느낀다.
소녀보다는 건강(?)한 그.
그보다 더 아픈 소녀는 엄마와 게임을 하면서
병원생활을 보내고,
엄마는 소녀가 떠날까봐 가끔 울음이 터진다.
그는
알고보면 쓸쓸한 사람이었다.
어릴 적 단짝도, 동생도 모두 먼저 떠났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만든 저승사자와 대면한다.
그녀(?)에게 왜 그랬냐고 따져묻지만
그건 감정의 문제도 아니고
그럴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하는 그녀.
그러면서 그녀가 '그'를 아껴서 보호했다고 말한다.
비록 저승사자이지만
외로움에 폭 빠진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원래 저승사자는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의 곁을 지켰던 것.
그녀는 그와
그의 아들을 만나러 나서고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을
기쁘게 바라보면서 짧은 대화를 나누고
교감한다.
그리고 ...
그는 자신의 존재가 온전히 세상에서 삭제되는 대신
소녀를 살린다.
밝은 이야기인 줄 알고 빌렸는데,
새삼 우울한 내용이었다.
재미없다 이런 건 아니고
괜찮은 책이지만
좀 쓸쓸했다.
많이 ...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에 대해서
담대해지지 못한다.
나 자신의 죽음보다
내 소중한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의 죽음에 대해
그 시기가 빨리 올까봐 걱정하게 되는데.
이 책이 나의 그런 마음을 툭 건드리고 말았다.
아 ... 마음이 심란하다.
#일생일대의거래